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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내가 책임지겠지'라는 습관적 빚, <결핍>을 읽고 마주하다

by 꾸돼지 2025. 8. 16.

한 주에 한 권씩 독서하기에 도전하고 있었는데...

두 번째 주만에 실패했다.

정말 많은 새로운 통찰과 아이디어를 준 책인데, 그만큼 많은 시간을 들여서 읽을 수밖에 없었다.

 

학자들의 주장과 그를 증명하기 위한 실험들이나 증거들을 나열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책이다.

평소에 독서를 안좋아하는 사람은 읽다가 포기할 수도 있겠다...

출처 - 교보문고

 

 

 

결핍

결핍은 무엇인가가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

이 책에서 많이 언급되는 결핍이 있는 집단은, 가난한 사람들과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부'라는 삶의 요소가 결핍된 집단이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음식'이라는 삶의 요소가 결핍된 집단이다.

그 외에도 마감을 앞둔 작가나 프리랜서, 수험생들은 '시간'이라는 요소가 결핍된 집단이다.

 

이 책에서는 어떤 종류든 사람이 살아가며 자의적이든 환경적이든 '결핍'에 노출된 사람들의 행동과 심리를 다룬다.

'부'나 '시간'은 환경적인 요소로 만들어진 결핍이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의지로 '음식'에 대한 결핍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 책은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무엇인가 결핍된 상태의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심리와 행동패턴에 대해 연구했다.

그리고 그 결핍을 통해 얻게 되는 이익과 결핍으로 잃게 되는 손해에 대해 다양한 예시를 통해 이야기한다.

 

결핍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부족함을 느끼게 하는 결핍된 자원에 정신적으로 사로잡히게 된다.

최근의 한 연구는 피실험자들에게 서너 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점심 무렵에 심리 실험실로 오라고 했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절반은 식사를 하게 했고, 나머지 절반은 그냥 굶겼다. 그래서 이 피실험자들 중 절반은 배가 부르고 절반은 배가 고픈 상태였다. 실험에서 이들이 할 일은 간단했다. 그냥 화면을 바라보다가 어떤 단어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나면 그 단어가 무엇인지 알아맞히면 되었다. 예를 들어 스크린에 'TAKE'가 나타났다 사라지면 자기들이 본 게 TAKE인지 RAKE인지 알아맞히는 것이었다. 보기에는 쉬울 것 같지만 쉽지 않았다. 단어는 0.033초라는 짧은 시간 만에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 p 23

 

위 실험의 결과에서 배고픈 사람과 배부른 사람의 점수는 거의 비등했다.

다만, 배고픈 사람들은 배부른 사람들에 비해 '음식'과 관련된 단어에서 훨씬 정확한 답을 했다.

 

 

 

잠재력을 최대로 끌어내는 결핍 - 집중

결핍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존재하지만, 결핍이 꼭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심리학자들이 보다 통제된 실험을 통해서 마감 기한이 보장해주는 이득을 연구해 왔다. 한 연구에서는 대학생들에게 에세이 세 편을 주고 교정을 맡겼다. 작업에 대한 보수를 지급했고 3주나 되는 긴 마감 기한을 주었다. 그런데 학생들이 받는 보수는 얼마나 많은 오류를 찾아내는지, 또 얼마나 시간에 맞춰서 과제를 끝내는지에 따라서 결정되었다. 어쨌거나 작업은 3주 안에 끝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연구진은 또 다른 집단을 선정해서 마감 기한을 보다 빡빡하게 제시했다. 기한은 동일하게 3주였지만 한 주에 한 편씩 마감해서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결과가 어땠을까?... 마감 기한을 빡빡하게 제시받은 후자 집단이 더 생산적이었다. 이들은 전자 집단에 비해서 마감 기한을 어길 가능성이 더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마감 기한을 덜 어겼으며, 또한 오류를 더 많이 찾아냈고, 따라서 보수도 더 많이 받았다. - p 48

 

위의 실험은 마감 기한을 통해 '시간'을 통제했다. 많은 사람들이 방학 숙제를 미뤄두었다가 개학 전에 급하게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외의 일도 마찬가지다. 급한 일이 있으면 덜 급한 일은 뒤로 미루고, 급한 일을 집중해서 처리하게 된다. 위의 실험에서도 집중해서 일을 처리해야 하는 기한이 세 번이었던 대학생들이 더 많은 집중을 하게 되었고, 더 좋은 보수를 받게 되었다.

 

어떤 종류의 결핍이든 결핍은 당연히 집중배당금을 낳는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일상적으로 목격한다. 사람들은 치약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부터는 치약을 최대한 아껴서 쓴다. 비싼 초콜릿 상자에서 초콜릿이 마지막 몇 개 남아 있을 때는 최대한 아낀다. 먼 곳의 휴가지로 여행을 갔을 때는 마지막 며칠 동안 최대한 빡빡하게 관광을 한다. 그리고 또 글자의 수를 제한하는 편지를 쓸 때는 보다 조심스럽게 (그리고 또 놀랍게도) 잘 쓴다. - p 50
결핍 상태에 놓여 있지 않으면서 결핍 상태에 놓인 것처럼 꾸미기란 매우 어렵다. 집중배당금이 발생하는 것은 결핍이 자기 스스로를 우리에게 부과함으로써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하여 우리의 주의를 사로잡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이 개인의 의식적인 통제 범위를 초월해서 (수천 분의 1초라는 짧은 순간에) 일어난다는 것은 앞서도 확인했었다. 마감 기한이 임박했을 때 우리가 유혹이나 잡생각을 즉각 떨쳐 낼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 p 55

 

결핍은 우리에게 다른 일보다 우선적으로 자신과 관련된 일을 처리하도록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우리의 정신을 통제하는 것이다.

 

 

지나친 집중의 결과, 터널링

터널링은 터널 시야 현상을 연상하도록 일부러 선택한 용어이다. 긴 터널 안에 들어가면 오로지 멀리서 빛을 발하는 출구만 보이고 주변의 모든 사물은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관심을 두는 대상만 보이고 나머지는 보이지 않는 현상을 터널 시야 현상이라고 부른다. 미국의 소설가 수전 손택은 사진에 대한 글을 집필하며 다음과 같은 유명한 구절을 썼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어떤 틀을 만든다는 것이고, 틀을 만든다는 것은 (나머지 것들을) 배제한다는 것이다." - p 59

 

핸드폰을 보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이 위험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또한 횡단보도를 건널 때, 차가 오는지 확인하고 건너는 것이 안전하다는 사실도 누구나 알고 있다. 운전자는 우회전을 할 때 보행자가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

하지만 우회전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나 사고를 낸 사람들이 과연 이 사실을 모르고 있어서 사고가 나는 것일까?

사고를 내거나 당하고 싶은 사람이 이런 뉴스에 나오는 것일까?

 

다른 생각에 갇혀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안전 수칙들을 어겼기 때문에 이런 불행한 사고는 발생하게 된다.

운전자는 빨리 사거리를 통과하고 싶은 마음에, 혹은 다른 고민거리 때문에, 혹은 왼쪽에서 오는 차들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우회전 시 보행자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잊거나 못보고도 액셀을 밟을 수 있다. '시간 결핍, 자신의 안전에 대한 결핍'

보행자는 핸드폰을 보다가, 혹은 약속 시간에 늦었거나, 뒤에 오는 차가 안보이는 시야를 가리는 어떤 물체가 있었기 때문에 차가 오는 것을 확인하지 못하고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시간 결핍, 환경적 결핍'

 

이런 것들이 결핍이 가져오는 비용, 즉 터널링이다.

 

터널링은 다중 작업을 하겠다는 결정으로도 나타난다. 우리는 전화를 하면서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저녁을 먹으면서 휴대폰으로 이메일을 확인하고 답장을 보내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시간이 절약된다. 하지만 여기에도 비용이 뒤따른다. 전화를 하거나 저녁을 먹느라, 혹은 성실하지 못한 이메일 답장을 하느라 어떤 것을 놓칠 수 있다. 이런 대가는 특히 운전을 할 때는 치명적일 수 있다. - p 73

 

마감 기한이 임박한 일에 집중하는 바람에 아이들을 소홀히 한다고 치자. 이게 과연 나쁜 선택일까? 여기에 과연 누가 명쾌한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데 따른 결과,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일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 그리고 심지어 당신이 인생에서 바라는 것 등에 따라서 대답은 달라진다. 그러므로 당사자가 아닌 외부 관찰자가 나서서 가치의 경중을 따져 가며 이 엉킨 실타래를 풀어 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터널링이 작동하는 방식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즉 당연히 고려해야 할 몇몇 요소가 자주 무시되는 과정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결핍의 사고방식은 이 문제에 실마리를 줄 수 있다. - p 74

 

결핍은 사람에게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며 자신에게 집중하게 만든다. 이 결핍이 강력할수록 사람은 일반적이지 않은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결핍에만 집중하게 되는 터널링 상태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정신에 부과되는 세금

결핍에 대한 집중은 비자발적이며, 또 이 집중이 우리의 주의를 사로잡는 탓에 다른 일에 집중하는 우리의 능력은 방해를 받는다.
대역폭은 우리가 가진 계산 능력, 즉 주의를 기울이고 좋은 판단을 내리며 앞서 세웠던 계획을 고수하고 유혹에 저항하는 능력의 척도이다.
결핍은 우리를 끊임없이 터널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우리의 대역폭에 세금을 매기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이 결핍은 우리의 가장 근본적인 역량이 발휘되는 걸 가로막는다. - p 82

 

사람이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습관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면, 사람은 동시에 두 가지의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문제를 풀 수 없다. 이를 이 책에선 대역폭이라고 한다. 

코네티컷의 뉴헤이븐에 있는 한 초등학교가 바로 이렇다. 이 학교 옆으로 기찻길이 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소음이 학업 성적에 미치는 충격을 측정하기 위해서 연구자 두 명이 나섰다. 그런데 이 학교 건물의 한쪽 면만 기찻길 쪽을 향하고 있어서 그쪽에 있는 교실을 사용하는 학생들만 그 기차 소음에 노출되어 있었다. 그 학생들은 이 조건 외에는 다른 학생들과 특별히 다른 점이 없었다. 연구자들은 이 두 집단을 대상으로 학습 수준을 검사했는데, 이들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드러났다. 기찻길 옆에 있는 교실에서 공부하는 6학년 학생들이 조용한 쪽 교실에 있는 다른 6학년 학생들에 비해 학습 수준이 무려 1년이나 뒤쳐진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더 놀라운 증거는 이 연구 결과에 자극을 받아 시 당국이 방음벽을 설치한 뒤에 나타났다. 이렇게 하자 소음이 심한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의 학습 수준 차이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p 83
자, 그럼 이런 상상을 해 보자. 당신은 쾌적하고 조용한 사무실에서 일을 한다. 기차 지나가는 소리도 들리지 않고, 산만함을 유발하는 요소도 없다. 하지만 대신 당신은 주택을 담보로 해서 받은 대출금의 상환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또한 프리랜서로서의 삶이 너무 힘들다는 사실이 요즘 들어 특히 괴롭다. 당신 부부는 1.25명 분의 돈밖에 못 벌지만 2명이 돈을 버는 것처럼 생활하고 있다. 당신은 자리에 앉아서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 그런데 곧 잡생각이 끼어든다.
'세컨드 카를 처분해야 하나? 새로 또 대출을 해야 하나?'
갑자기, 조용하던 사무실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한다. 이 잡생각들이 빚어내는 소음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 잡생각들은 누가 부르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차보다 더 자주 출몰한다. 그리고 이 잡생각의 기차는 당신을 강제로 붙잡아 태운다. 세컨
드 카를 처분해야 하나 하는 생각은 또 다른 생각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하면 여유가 생기겠지. 하지만 그러면 다니기가 무척 불편해질 텐데.... 내가 최대한 열심히 일을 하려면 그만큼 나 혼자 차를 몰고 많이 다녀야 하는데... 현재 우리 부부가 가지고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위험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데....' - p 84

 

결핍은 사람의 자주 사람의 주의력을 가로채 터널링에 빠지게 하고, 사람은 짧은 시간 동안 주의력 상실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렇게 터널링에 빠진 시간동안 사람은 정상적인 사고를 못하게 되어 점차 더 수렁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 책에서는 결핍이 사람의 '인지능력'과 '실행제어'에 모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다양한 실험을 통해 증명한다.

- 인지 능력 : 문제 해결, 정보 보존, 논리적 추론 능력의 바탕이 되는 심리적 기제

- 실행 제어 : 계획, 주의 집중, 행동 유도나 억제, 그리고 충동 제어 등을 포함한 인지 활동 전반을 제어하는 기능의 바탕

 

놀랍게도 '결핍'상태에서 내리는 판단은 IQ검사에서 약 13-14점이 낮은 수준의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위의 내용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시가 많다.

이 책에서도 다양한 예시를 들어 설명하는데, 가장 와닿는 것은 패스트푸드 점에 고용된 직원과 관련된 이야기다.

"고객이 중간 사이즈 감자튀김을 주문할 때 '감자튀김'이라고 적혀 있는 버튼 하나를 누르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입니까?"

이 책은 간단한 일 하나도 제대로 처리 못하는 직원의 문제를 결핍에서 찾는다.

직원은 그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미련한 사람이라 그런 것이 아니다. 손님을 응대할 짧은 시간도 집중할 수 없게 하는 다양한 결핍으로 인해 주의력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고, 그것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뭘 해도 잘 안되는 사람이 있다.... 사실 이 모든 것은 서로 연결돼 있다. 재수가 없는 게 아니라 재수가 없는 환경에 자신을 계속 노출시켰기 때문에 이런 불운이 따라다니는 것이다... 이런 사고가 잦아지면 인생이 삶에 경고를 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큰 사고가 나기 전에 평소의 모든 삶을 점검해야 한다. 여러 가지 작은 사고가 모여 나중에 큰 사고가 되기 때문이다. 돈을 함부로 대하는지, 쓸데없는 인연이 너무 많지 않은지, 음식은 정갈하고 제때 먹는지, 집안에 들고 남이 일정한지, 남을 비꼬거나 흉보지 않았는지, 욕을 달고 살진 않는지, 이런 모든 면에서 자기반성부터 해봐야 한다... 이것이 시작이다. 그러면 몸이 가벼워지고 운동을 하고 싶어 지며 걷고 움직이다 보면 생각이 맑아진다. 그제야 비로소 욕심과 욕망을 구분할 줄 알게 되고 들고날 때가 보인다.
 - 돈의 속성 - 반복되는 운은 실력이고 반복되는 실패는 습관이다

 

 

여유가 주는 여유

책에서는 짐을 싸는 비유를 통해 이 여유를 느슨함이라고 이름 붙인다.

 

가난한 사람이 10L짜리 캐리어에 일주일 여행 짐을 싼다고 생각해보자. 속옷, 옷, 세면도구, 충전기 등등... 반드시 필요한 짐을 어떻게든 넣기 위해 가방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부자라면 그럴 필요가 없다. 꼭 가져가야 하는 것만 가방에 넣고, 여행지에서 필요한 것은 더 사서 쓰면 된다.

가난한 사람의 여행가방은 효율적으로 정리되어 많은 짐이 들어가지만, 부자의 여행가방은 가볍게 채워져 있다.

 

가난한 사람은 물건을 보며 끊임없이 거래(트레이드오프)를 해야 한다.

이 물건을 안넣었다가 필요하면 어떻게 하지? 이 물건을 넣기 위해서는 가방을 다시 정리해야 하겠군.

부자는 여기에서도 자유롭다.

이 물건은... 굳이 넣지 말고 필요하면 가서 사자. 이 물건을 넣기 위해 가방을 다시 정리할바엔 그냥 가서 사자.

 

또한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에 대해서도 차이가 난다.

가난한 사람은 꼭 필요한 물건을 여행지에 가져오지 않았을 때, 큰 문제에 직면한다.

그 물건이 현지에서 구입하기에 지나치게 비싸거나 멀리 이동해야 하는 경우, 그 물건을 사용하는 일정에 영향을 받게 된다.

하지만 부자는 이런 상황에서도 가난한 사람보다 한결 여유롭다.

비싼 물건을 구입하거나, 멀리에 있는 물건은 비행기 등을 이용해서 사 올 수도 있다.

 

 

 

 

끊임없이 빌리는 사람들

나는 빚 돌려막기를 하다가 파산하는 사람들에 대한 뉴스를 보며 전혀 이해를 하지 못했었다.

왜 저사람은 본인이 감당하지도 못하는 빚을 여기저기서 만들어서 저 지경이 되는 거지?

하지만 이런 빌리는 행위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돈이 아니라 시간으로 생각해 보면 누구나 다 이런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왜 시험 전날에 밤새서 공부하지? 매일 일정 시간 이상 집중해서 공부했으면 컨디션 관리를 위해 충분한 수면을 취해도 되잖아?

 

우리는 급한 일을 우선 처리하기 위해, 혹은 현재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미래의 시간을 가져다가 쓴다.

그리고 쉽게 이 말을 내뱉는다.

 

미래의 내가 책임지겠지

 

이 책에 따르면 나는 방금 미래에 나에게 '시간' 또는 '돈'을 빚 지웠다.

그리고 그 미래가 오게 되면 그때에 생긴 급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 다시 미래에 다른 짐을 떠넘긴다.

어느 순간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게 되면, 나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 문제는 체계가 없는 IT회사에서 고질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이기도 하다.

소프트웨어 요구사항에 대한 논의를 제대로 하지 않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고객도, 설계자도, 개발자도 이 프로그램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지 않다.

하지만 정해진 기간이 있으므로 일단 뭔가는 만든다.

당연히 결과물은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에 안 들게 된다.

그렇다면 어마어마한 수정 사항과 요구사항이 만들어진다.

물론 프로젝트의 기간은 변함이 없고, 그 결과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모든 사람에게 돌아온다.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은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연구되었다.

좋은 품질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요구사항 정의와 분석, 설계 기간에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개발과 테스트 역시 대부분이 설계 과정에서 정해져 있어야 한다.

이래야 개발자는 어떤 조건으로 코드를 작성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고, 해당 기능을 테스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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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하긴 싫지만 내가 투입되는 프로젝트는 항상 이랬다.

심지어 이번엔 프리랜서로 투입되었음에도 이런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경험 많은 다른 프리랜서 선배들은 이런 프로젝트는 처음 해본다는데... 나만 기존 회사 같아서 익숙하게 하고 있다.

대충 작성된 화면 정의서와 설명만 듣고 일단 만들면, 관리자가 그제야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보고 피드백을 준다.

구조 전체를 바꿔야 하면 가끔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테스트 케이스도 없다 보니 관리자들도 이 프로그램이 정말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파악도 못한다.

결국 고객이 사용하다가 문제를 지적할 것이고... 운영하는 팀에서 수많은 욕을 개발팀에 하게 될 것이다.

관리자들은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아 보이는 요구사항 분석과 설계를 간과했다.

이것은 후에 소프트웨어 품질 저하 또는 개발, 운영진의 추가 투입과 같은 값비싼 비용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소프트웨어 품질관리론에서는 프로젝트의 단계 별로 품질관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편익을 분석한 연구가 존재한다.

발견단계 수정비용(상대적 비율) 설명
요구사항 분석 1 요구사항 명세서의 문구를 수정하는 수준
설계 3-6 설계 문서나 다이어그램 수정
개발 10 코드 수정, 컴파일
단위/통합 테스트 15-40 관련된 다른 모듈과의 연관성 재시험
시스템/인수 테스트 30-70 전체 시스템의 동작 재시험
운영 40-1000 원인 분석, 수정, 재배포, 고객 응대, 브랜드 신뢰도 하락 등

 

하위 단계는 상위 단계의 작업을 수행해야 하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막대한 수정 내용이 발생한다.

복리의 힘은 재산을 불릴 때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풍요가 부르는 결핍

나는 사치라고 하면 분수에 안 맞는 돈을 사용하는 것만으로 한정 짓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사치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해야 했다.

 

돈뿐이 아니라 시간, 노력 등의 한정된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 사치이다.

결핍의 덫의 씨는 적어도 상대적으로 부유하던 시기에 뿌려졌다. 돈의 결핍에서 발생하는 이런 역학은 시간 결핍에서도 발생하는 것 같다. 당신이 어떤 일을 끝내려고 미친 듯이 일을 한다고 치자. 당신은 뒤처져 있고, 생활은 고달프기 짝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은 다시는 이런 짓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어쨌거나 마감 기한이 지나고 나면 당신은 마침내 압박에서 해방된다. 그리고 다음 차례의 마감 기한까지는 아직 몇 주씩이나 남아 있다. 그래서 당신은 오랜만에 느긋한 여유를 즐긴다. 그런데 몇 주 뒤에는 그 많던 시간이 다 어디로 가 버렸는지 모른다. 당신은 다시 한번 더 시간에 쫓기며 미친 듯이 일을 해야 한다.
- p 246

 

결핍의 덫에서 멀리 떨어지기 위해서는 위에서 말한 충분한 느슨함과 풍족함이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이 결핍에 대한 이해는 정말 정신/육체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닌 경우 모든 사람에게 희망을 제공한다.

한 번만 결핍 상태에서 벗어나고, 결핍에 대해 이해하게 되면 다음 상황이 오기 전 스스로의 제어에 의해 제어가 가능하다.

 

 


 

이 이후의 내용은 결핍을 벗어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그리고 사회복지 제도들을 결핍에 대한 이해로 재설계했을 때, 더 많은 효용이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대역폭을 자신들의 경제 문제에 사용하고 있다.

이들에게 지원하기 위해 많은 문서를 써야 하거나 정해진 날짜에 신청해야 하는 복지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여러 문제들로 인해 바로 앞에 있는 손님의 주문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점원이 정해진 날짜에 문서를 내는 일을 할 수 있을까?

긴 시간의 학습이 필요한 교육제도를 국비로 운영하는 것이 당장 밥을 못 먹는 무직자에게 가능한 복지인 것일까?

 

 

일상 속의 결핍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은 누구나 '시간' 결핍에 시달리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집중해서 일을 처리하는 동시에 터널링에 의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다음 약속을 지키지 못하거나 덜 급한 일을 다음으로 미루는 등의...

그렇기에 이 결핍을 관리하기 위해 자신을 대신하여 일할 사람을 구해야 한다. 

 

비서는 이 사람이 일정을 수행하기 위해 해야 하는 많은 일들을 대신 수행해 준다.

운전기사는 이동시간 동안 휴식하거나 다음 일정을 위해 준비할 시간을 벌어준다.

이런 식으로 하는 일이 많아지면, 그만큼 내가 해야 하는 중요 업무 외의 업무를 처리해줄 사람이 필요해진다.

영업을 해야하는 상황이 오면 영업 전문가를 고용한다.

인사를 관리해야 하면 인사 전문가를 고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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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va 진영의 SpringFramework의 대표적인 요소인 AoP(관점 지향 프로그래밍)의 핵심 개념과 닮아 있다.

개발자는 본인의 관심사에 집중해야 한다.

사람을 고용하는 행위는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가지만, '나'의 환경을 '결핍으로부터 안전한' 환경으로 만드는 행위이다.

내가 잘 몰라서, 혹은 터널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나를 일깨워주는 '알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터널에 들어간 상태에선 출구 외에는 보이지 않지만, 터널 밖에서 보면 수많은 비상구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자기 계발서에 대해 안 좋은 편견을 갖고 있었다.

어차피 읽어봤자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수천 권을 읽어도 어차피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여전히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조금 다른 관점이 생겼다.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은 여전하다. 하지만 책을 읽음으로써 내 상황을 점검할 기회를 주기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독서는 '터널 속에서 보이는 경고 문구'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돈의 속성'과 '부의 추월차선'에서 말하는 최초의 동인 역시 스스로 '돈과 시간에 대한 결핍'을 인지하는 것이다.

즉, 자신의 '부'에 대한 결핍과 그와 관련된 '결핍'을 자각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절대로 미래 소득을 가져다 현재에 쓰면 안 된다...
작은 돈은 큰돈의 씨앗이고 자본이 될 어린 돈이기에 씨앗을 함부로 하고 아이를 돌보지 않는 사람은 그 어떤 것도 키우지 못한다.
 - 돈의 속성 - 돈을 모으지 못하는 이유
가장 빨리 부자가 되는 방법은 빨리 부자가 되려는 마음을 버리는 것이라는 내용에 많은 독자들이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독자들이 갖아 뜻깊게 받아들인 이 문장은 그들이 가장 이해하지 못한 문장이기도 했다. 책이 발간된 후 제일 많이 인용된 문장이지만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여전히 빨리 부자가 되기 위해 투자종목이나 투자시기를 묻는 연락이 왔다.
 - 돈의 속성 - 부자가 되는 세 가지 방법:200쇄 중보판 메시지
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조차 경멸하면 부자가 될 첫 문을 닫는 것이고 돈을 그렇게 함부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미 돈의 노예가 된 상태다. 돈 때문에 병원에 가지 못하고, 돈 때문에 공부를 못하고, 돈 때문에 결혼을 미루고, 돈 때문에 아이를 못 낳고, 돈 때문에 부모를 돕지 못하고, 돈 때문에 늙어서 일을 찾아야 하고, 빚을 얻으러 다니는 것이야 말로 돈의 노예 상태다. 그렇지 않은가!
 - 돈의 속성 - 마중물과 종잣돈 1억 만들기의 다섯 가지 규칙
수백 가지 선택의 결과가 지금의 당신이다. - 부의 추월차선
하루는 내 람보르기니에 기름을 넣고 있는데, 한 10대가 사진을 좀 찍어도 되겠냐며 부탁해 왔다. 나는 "그럼요. 그러세요!"라고 대답해 주었다. 그 학생은 차를 보고 흥분하여 떠들어 대더니 이렇게 말했다. "찍을 수 있을 때 많이 찍어 둬야겠어요. 전 이런 차 절대 못 살 테니까요."
이 학생이 내린 결론의 문제점이 보이는가? 이 학생은 자기가 절대 람보르기니를 살 수 없으리라고 믿는 쪽을 선택했다. 그는 앞 유리창 너머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소년의 선택이 서고방식에 반영될 것이다. 소년은 세상의 풍파로부터 보호하려고 스스로 세워 놓은 앞 유리창 때문에 제한된 시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인생을 쇠약하게 만드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 부의 추월차선 - 자동차 앞 유리부터 닦아라

 

 

이 결핍의 자각에 대한 내용은 성경에도 유명한 일화들이 있다.

바리새인들이 보고 그의 제자들에게 이르되 어찌하여 너희 선생은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잡수시느냐
예수께서 들으시고 이르시되 건강한 자에게는 의사가 쓸 데 없고 병든 자에게라야 쓸 데 있느니라
너희는 가서 내가 긍휼을 원하고 제사를 원하지 아니하노라 하신 뜻이 무엇인지 배우라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 하시니라
 - 마태복음 9:11-13
또 자기를 의롭다고 믿고 다른 사람을 멸시하는 자들에게 이 비유로 말씀하시되
두 사람이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가니 하나는 바리새인이요 하나는 세리라
바리새인은 서서 따로 기도하여 이르되 하나님이여 나는 다른 사람들 곧 토색, 불의, 간음을 하는 자들과 같지 아니하고 이 세리와도 같지 아니함을 감사하나이다
나는 이레에 두 번씩 금식하고 또 소득의 십일조를 드리나이다 하고
세리는 멀리 서서 감히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다만 가슴을 치며 이르되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하였느니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에 저 바리새인이 아니고 이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받고 그의 집으로 내려갔느니라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하시니라
 - 누가복음 18:9-14

 

스스로 '죄인'이라는 인식이 없는 바리새인들에 대한 예수님의 비유는 '결핍'을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과 닮아 있다.

 

 

 

나는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가까운 사람들이 보기에는 답답할 수 있지만, 내 스스로는 그 모습이 더 마음에 든다.

그 덕분에 일을 할 때 확실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편이다. 이것은 내 본성과는 다른 행동이지만, 직장생활을 통해 습관화된 행동이다. 

 

동시에 내가 정한 기간과 품질 동안 일에 집중하다 보니 터널링을 경험한다.

일과 상관없어 보이는, 가족 행사나 가족 간의 관계 등을 최하위로 두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분들은 가치에 대한 오인을 부르는 터널링의 결과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데 오래 걸린 것은, 주변 사람들의 모습과 나의 모습 등에서 터널링에 빠져있고, 결핍에 빠져 있는 모습들이 계속해서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음 주에도 이 책에 대한 내용은 한 번 더 깊이 있게 생각해봐야겠다.